이번 주(2월10일~14일) 국내 증시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갈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미·중 갈등 결론이 날 때까지 관망세를 보이면서 새로운 주도주 찾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2월3일~7일) 코스피는 전주(2517.37) 대비 4.55포인트(0.18%) 오른 2521.92에 거래를 마쳤다. 이 기간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주식을 3602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122억원과 2649억원 순매도했다.
지난주 국내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관세폭탄을 따라 등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각)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보편관세,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확정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지난 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52% 하락, 2453.95로 밀려났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유예하겠다고 밝히면서 코스피는 지난 5일 2500선을 회복했다.
중국과의 갈등은 현재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하지 않았다. 오는 10일(현지시각)부터 중국은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10~1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복관세를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미국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실제 통화 이후 결과에 따라 주식시장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주 코스피는 2450~2580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중 갈등에 대한 경계감이 가득한 상황에서도 증시 투자자들은 새로운 주도주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딥시크 충격 등으로 투자 트렌드가 기존 AI(인공지능)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간 만큼, 이와 관련된 기업들이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충격 이후 증시 되돌림을 주도한 것은 소프트웨어, 전력·원전, 중국 기술주 등의 소프트AI주(株)였다"며 "단기 급락이 반복되겠으나 업종에서는 AI 소프트웨어가 주도주로 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주 증시에서 네이버(NAVER (230,000원 ▲4,500 +2.00%))는 4.16% 상승했다.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카카오 (44,300원 ▼200 -0.45%)는 16.04% 뛰었다. 카카오와 오픈AI는 앞으로 AI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기술 협력, 공동 상품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나 연구원은 "연초 이후 외국인 자금이 SK하이닉스 (202,000원 ▼1,000 -0.49%) 등 AI 하드웨어 중심으로 유입되나 싶더니 딥시크 이슈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 협업 소식에 AI 소프트웨어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며 "그동안 소외됐던 소프트웨어 업종으로 수급이 움직이면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AI 소프트웨어 업체 외에도 방산, 조선, 바이오, 엔터 등의 업종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이를 피해 갈 수 있는 업종들이기 때문이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 목표는 관세가 아니라, 이를 도구로 보다 큰 미국의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책 불확실성으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철저히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수혜가 되거나, 통상 불확실성과 무관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신 팀장은 "방산, 조선, 바이오, 엔터 등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고, 미국 통상 우려와 무관한 기업"이라며 "이번 주에는 SK하이닉스, HD현대중공업 (311,500원 ▲500 +0.16%), 알테오젠 (390,000원 ▼1,500 -0.38%), 한화에어로스페이스 (417,000원 ▼1,000 -0.24%), 크래프톤 (382,500원 ▼500 -0.13%), HD현대일렉트릭 (378,000원 ▼13,000 -3.32%), 삼양식품 (801,000원 ▼9,000 -1.11%), 리가켐바이오 (126,600원 ▼800 -0.63%), JYP Ent. (80,700원 ▲3,000 +3.86%), 성광벤드 (26,550원 ▼700 -2.57%)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