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유엔 산하기구에 '한국의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했다'며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군 당국이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군이 북한의 무인기 침투 주장에 입장을 낼 경우 우리 내부적으로 불필요한 논쟁 등 소모전이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최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무인기 침투와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진상조사를 요청했다'는 질의를 받고 "ICAO가 공식적으로 (북한의 요청을) 확인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국방부는 별도의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해당 국제기구가 밝히지 않는 사안에 대해 우리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ICAO 규정과 관례상 이사회는 체약국이 제기한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ICAO에 무인기 침투와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하는 진상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ICAO는 국제민간항공협약(시카고협약)에 따라 설립된 유엔 전문 기구로, 한국과 북한이 모두 회원국이다.
국제민간항공협약 8조는 '조종자 없이 비행할 수 없는 항공기는 체약국의 특별한 허가 없이, 또 그 허가 조건을 따르지 않고는 체약국의 영역을 비행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은 관련 조항을 문제 삼아 한국의 무인기가 침투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해 10월11일 중대성명을 내고 "한국은 지난 10월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북한은 '평양 무인기 사태'를 자주권 침해 범죄로 규정하면서 한국에 보복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주장에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12·3 비상계엄 이후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남북 국지전을 유도했다는 의혹 등이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온 바 있다.
다만 국방부는 지난달 13일 출입기자단 문자 공지를 통해 북풍 공작으로 전쟁을 유발하려고 했다는 정치권의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북풍이란 북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여론을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