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향해 독설을 쏟아냈다. 머스크의 난데없는 오픈AI 인수 제안에 따른 반응이다. 올트먼은 인수 제안이 오픈AI를 약화시키려는 전술이라며, 머스크를 향해 "미친 짓"을 벌이고 있다고 힐난했다. AI(인공지능) 주도권을 둘러싸고 미국의 빅테크 거물 패권을 둘러싸고 거센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11일(현지시간) 파리 AI행동 정상회에 참석 중인 올트먼은 로이터와 만나 머스크의 오픈AI 인수 제안에 대해 "우리를 흔들려는 또 다른 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도 "머스크는 (AI 사업의) 명백한 경쟁자"라며 "아마도 우리의 속도를 늦추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트먼은 또 "머스크가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 경쟁하면 좋겠지만, 그는 지금까지 너무 많은 술책과 소송, 온갖 종류의 미친 짓(crazy stuff)을 벌였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 머스크는 "인생 전체가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 같다.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인신공격성 발언도 아까지 않았다.
전날 머스크가 주도하는 투자 컨소시엄은 974억달러(약 140조원)에 오픈AI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올트먼은 X 게시글에서 "사양한다"며 "원한다면 트위터를 97억4000만달러(14조원)에 사겠다"고 비꼬았다. 이에 머스크는 "사기꾼(Swindler)"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 같은 온라인 설전이 한 차례 지나갔지만, 올트먼은 공개적으로 머스크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올트먼은 오픈AI 직원들에게도 "매각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내부 분위기 단속에 나섰다. 올트먼은 "오픈AI의 구조는 어떤 개인도 장악할 수 없도록 했다"며 "머스크는 경쟁력 있는 AI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의 행동은 오픈AI의 사명이나 가치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큰 진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약화시키려는 전술을 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머스크의 제안은 올트먼이 공을 들여왔던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 작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오픈AI는 외부 투자 유치를 담당해 온 자회사를 영리법인으로 전환하고, 기존의 모회사 격인 비영리법인은 향후 영리법인의 일정 지분을 확보하되 완전히 분리해 지배력을 갖지 않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머스크가 인수하려는 것은 비영리법인이다. 오픈AI는 자체적으로 300억달러 정도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머스크는 지배지분에만 974억달러를 불렀다. 비영리법인의 몸값이 뛸수록, 분리 후에도 더 많은 영리법인 지분을 가져야 하고, 외부 투자자가 가져갈 몫은 줄어든다. 머스크의 훼방에 올트먼의 '계산'이 헝클어진 셈이다.
더욱이 오픈AI는 머스크의 인수 제안을 무시할 수 없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수석연구원인 엘렌 에이프릴은 CNBC에 "오픈AI 이사회는 공식 입찰을 받으면 이를 반드시 검토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비영리법인은 자산 매각 시 공정한 가치를 평가받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머스크 측 마크 토베로프 변호사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오픈AI에게 인수 제안 이메일을 발송했으며 "세부적인 4페이지 분량의 레터로, 오픈AI 이사회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또 "올트먼이 (제안서를) 다른 이사회 멤버들에게 제공할지 보류할지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공식 제안을 받지 못했다는 오픈AI 측의 입장을 비꼰 언급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