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들이 'AI(인공지능) 반도체 독립'을 꿈꾼다. 값비싼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려 자체 AI칩 확보에 일제히 뛰어들었다. 최근 중국 '딥시크' 충격으로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AI칩의 활용이 주목받으면서, 앞으로 더 많은 빅테크가 도전장을 낼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는 한국의 AI칩 팹리스(반도체 설계사) '퓨리오사AI' 인수를 논의 중이다. 포브스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 "이르면 이달 안에 인수 논의가 끝날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AMD를 거친 백준호 대표가 2017년 설립한 퓨리오사AI는 2021년 '워보이', 지난해 8월 '레니게이드' 등 AI칩을 선보였다.
엔비디아의 글로벌 AI칩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공급 대비 수요가 월등해 '부르는 게' 값이다. 최신 엔디비아 GPU(그래픽처리장치)는 대당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빅테크는 이런 엔비디아 GPU를 매년 수십만개씩 사들이고, 신제품이 나오면 추가 투자를 한다.
저마다 자체 AI칩 개발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이유다.
더욱이 자체 AI칩의 성능과 범용성이 확인되면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지던시리서치는 AI칩 시장이 지난해 733억달러(106조원) 규모에서 2034년 9278억달러(134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수개월 내 AI칩 설계를 완료하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 대만 TSMC에 생산을 의뢰할 예정이다. 로이터는 오픈AI의 본격적인 AI칩 생산 시기를 2026년으로 예상했다. 이보다 먼저 엔비디아에 도전할 빅테크로는 구글이 꼽힌다. 일찌감치 2016년 머신러닝을 위한 TPU(텐서처리장치)를 발표했고, 자체 AI모델 '제미나이 2.0'도 6세대 TPU '트릴리움' 기반으로 구현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가 차세대 AI 서비스 '카나나' 개발에 트릴리움을 활용한 바 있다. 클라우드 강자 아마존도 자체 AI칩 활용에 적극적이다. 머신러닝과 추론에 특화된 칩 '트레이니움'과 '인퍼렌티아'를 보유하고 있다.
인텔도 지난해 '가우디3'를 선보였고, 삼성전자는 '마하-1'을 개발 중이며, 애플 역시 TSMC와 AI칩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자체 AI칩 수준이 단시간 내 엔비디아의 권위를 위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빅테크들은 지금 당장 AI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만큼, 검증된 엔비디아 GPU 확보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자체 AI칩을 가지면 엔비디아의 가격 협상에서 발언권이 향상될 수 있다. 로이터는 오픈AI의 사례를 들어 "칩 공급업체들과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도구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복병은 중국이다. 딥시크의 AI모델 'R1'에는 엔비디아 'H100'과 함께 화웨이의 '어센드910C'가 활용됐다. H100은 1년 전까지만 해도 엔비디아 GPU의 최상위 모델이었는데, 어센드910C의 성능은 H100의 60% 수준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엔비디아의 기술력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독자적인 AI칩 생태계를 구축한 중국의 저력은 눈여겨봐야 한다는 평가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