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해 우크라이나전쟁 종전 협상을 즉각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만 3년을 향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 외교에 속도를 내면서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방금 푸틴 대통령과 통화해 상호방문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며 "양측 협상팀이 (우크라이나전쟁 종전을 위한) 협상을 즉각 개시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에게 협상을 이끌라고 지시했다"며 "협상이 성공할 것이라는 강력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미국과 러시아 대통령의 통화 사실이 공개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푸틴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미 대통령과 통화한 202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는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20년 7월23일 이후 처음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타스 통신 등 러시아 매체들에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1시간 30분에 걸쳐 전화 통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상황과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또다른 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대화가 잘 진행됐다"며 "젤린스키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처럼 평화를 원한다"고 전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쟁과 관련해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지만 주로 금요일(14일) 뮌헨에서 열리는 회의에 대해 논의했다"며 "회의 결과가 긍정적이길 기대한다"고 했다.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여하는 뮌헨안보회의는 국제안보 정책을 논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 회의다. 올해 회의에서는 러시아가 2022년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만 3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시나리오가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리 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평화를 이룰 기회에 관해 얘기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실 측은 양국 정상의 통화가 약 1시간 동안 이뤄졌다고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에는 최근 수감자 교환이 이뤄지는 등 관계 개선 기류가 뚜렷하다. 마약 혐의로 러시아에 수감 중이던 마크 포겔 전 주러 미국대사관 직원이 전날 석방돼 미국에 도착한 데 이어 미국에 수감 중이던 러시아 가상자산 거래소 BTC-e의 공동 창업자 알렉산드르 빈니크가 곧 석방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양국간 수감자 맞교환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미국인 석방에 협력한 데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희망하건대 이 노력이 곧 성공적 결론을 끌어낼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가 수감자 맞교환 등을 통해 관계 개선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착수키로 하면서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