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공화국 한국만 ‘봉’] <중> ‘골리앗’의 이중플레이
연합뉴스
국내 한 모바일 게임 A사는 최근 로펌 김앤장 측으로부터 구글의 의견을 전해 들었다. 구글을 겨냥한 집단 손해배상 움직임에 가담하지 않으면 별도의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였다. A사는 이런 뒷거래가 법적으로 처벌받은 전례가 있는 터라 구글의 회유를 거절했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하우스펄드 로펌과 법무법인 위더피플이 미국에서 준비 중인 제소 전 화해 형식의 손해배상 합의(집단조정)에 참여하려는 국내 게임사가 계속 늘어나자 구글은 법률대리인 김앤장을 통해 소송이나 조정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리베이트 등 별도 혜택을 제공하겠다며 개별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
구글의 ‘이중 플레이’는 처음이 아니다. 덩치가 큰 매출 조 단위의 대형 게임사들은 최대 30% 수수료를 부과하는 구글과 직접 협상해 앱 피처링(노출) 광고 혜택 등을 받으며 사실상 인앱 결제 수수료의 일부를 보전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는 인앱 결제 이슈와 관련해 피해자이자 가해자”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 반독점법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구글 내부 문건에는 국내 게임사 4곳을 포함해 글로벌 20개 게임사가 받은 수익 배분액과 앱 피처링 광고비 등의 액수가 담겨 있다. 국내 게임사 4곳 가운데 구글과의 거래에서 가장 많은 경제적 혜택을 받은 건 엔씨소프트(2억7000만 달러)였으며, 넷마블(1억4800만 달러), 컴투스(8200만 달러), 펄어비스(6400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이들 4개사는 현재 구글로부터 리베이트 등 부당이익을 챙긴 의혹으로 구글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은 지난해 11월 공정위 신고서에 구글 내부 문건 등을 근거로 이들 4개 게임사가 ‘프로젝트 허그’라는 구글이 기획한 불공정 계약에 참여해 약 7000억원의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고 적시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구글로서는 인앱 결제 수수료율을 낮추는 것보다 광고비 등 명목으로 비용을 보전해주는 게 싸게 막는 방법”이라며 “광고 효과로 앱 매출이 더 좋아지면 구글은 수수료를 더 많이 받고 결국 구글이 또 이득을 보는 수렁에 대형 게임사들이 빠져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등은 이들 4개사와 구글 사이에 광고 입찰가 담합 혐의 등을 추가로 공정위에 신고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들 대형사가 위법성 인식이 있음에도 차별적 혜택을 받았다면 구글의 불법 행위를 방조한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앞서 2016~2018년에도 구글과 게임사 간 차별적 특혜 지원 행위에 대해 과징금 421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변호사)은 “구글과 게임사의 결탁, 부당 지원, 부당 수령에 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는지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글과 애플 등 빅테크의 수수료 ‘갑질’의 최종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 구독 서비스 가격 차이다. 웹에서 서비스를 신청하면 각종 혜택을 포함해 39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애플 앱스토어 전용가로 구매하면 매달 6900원을 내야 한다. 유튜브의 구독 서비스 ‘유튜브 프리미엄’ 온라인 구매가는 1만4900원이지만 애플 인앱 결제 가격은 1만9500원이고, 음원 업체 멜론의 스트리밍 티켓도 온라인에선 8900원인 가격이 애플을 끼면 1만1000원으로 대폭 오른다.
김혜원 기자(kime@kmib.co.kr)
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