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독점’에 균열 기대감
예고보다 낮아진 트럼프 관세
올 홍콩H지수 14% 이상 올라
지난 4년간 부진했던 홍콩 증시가 중국의 인공지능(AI) ‘딥시크’ 효과에 힘입어 올들어 가파르게 반등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 기술기업에 대대적 지원 제공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딥시크의 등장으로 중국이 ‘AI 독점’ 지위를 지켜온 미국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취임 전 예고했던 60%가 아닌 10%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장이 안도한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
홍콩의 대표 주가지수인 항셍지수는 올해 들어 12.76%(14일 기준) 상승했고, 홍콩 증시 우량 종목만 모은 홍콩H지수는 14.28% 올랐다. 지난 4년간 26%(2020년 말 대비 2024년 말) 추락하며 국내에서 대규모 ELS 손실 사태를 촉발했던 홍콩 증시가 완연히 달라진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지만, 홍콩지수는 코스피(7.98%), 대만 가권(0.51%), 일본 닛케이225(-1.83%) 등 아시아 주변국은 물론 미국 나스닥지수(3.71%)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홍콩 증시의 강세는 중국의 AI 딥시크에 힘입어 움츠렸던 중국 기술주가 초강세를 보인 영향이 크다. 중국의 기술주가 집중되어 있는 홍콩 증시는 텐센트 등 중국의 대형 기술주가 잇따라 딥시크를 탑재하거나 AI 활용계획을 밝히면서 수혜 기대감에 크게 반등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레노버, 샤오미, 비야디(BYD) 등은 딥시크의 등장이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 3주간 주가가 약 30% 치솟았다.
반면 엔비디아, 알파벳(구글), 테슬라, 아마존 등 미국의 빅테크는 딥시크 출범 전보다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딥시크로 인해 혁신이 미국 빅테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인식되기 시작했다”며 “중국 기술업체들의 가치 대비 시가총액은 미국 업체들에 비해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가가 단기간 급등했고, 중국의 고질적인 부채 문제와 보호무역주의가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