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는 20일(현지시간) 소매업체 월마트가 실망스러운 매출 전망을 제시하면서 미국 경제의 주요 엔진인 소비자 지출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며 하락했다.
전날까지 2일 연속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던 S&P500지수는 0.43%, 26.63포인트 내린 6117.52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0.47% , 93.89포인트 떨어진 1만9962.36으로 거래를 마치며 2만선이 깨졌다.
다우존스지수는 1.01%, 450.94포인트 하락한 4만4176.65를 나타내 낙폭이 가장 컸다. 소형주지수인 러셀2000지수도 0.78% 내려갔다.
월마트는 이날 개장 전에 2월부터 시작한 새로운 회계연도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들의 행동과 글로벌 경제 및 지정학적 여건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이날 월마트 주가는 6.5% 급락했다. 다른 소매업체인 타겟과 코스트코도 2%가량 떨어졌다.
월마트 같은 할인점은 경기가 어려울 때 실적이 더 좋은 경향이 있고 월마트가 연초에 제시하는 실적 가이던스가 대개 보수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물가와 높은 금리에 시달리며 신용카드 등 부채에 의지하고 있고 대출 부실화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밀러 타박+의 매트 말리는 블룸버그에 "월마트의 이번 실적 전망은 소비자들의 상태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며 "우리는 이미 소비자 신뢰지수가 매우 실망스럽다는 것을 확인했고 지난주 소매판매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올해 경제가 얼마나 강력한 성장세를 보일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R.J. 오브라이언&어소시에이츠의 이사인 톰 피츠패트릭은 CNBC에 "월마트가 부진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아마도 이는 소비자들이 전반적으로 지쳤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지난 1월 경기선행지수도 전월 대비 0.3% 하락했다. 이는 0.1% 하락할 것이라던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를 하회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할인점인 월마트의 실망스러운 실적 전망과 부진한 경기선행지수는 경제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키며 소비주를 떨어뜨렸고 긍정적인 촉매가 없는 가운데 매도세를 시장 전반으로 확산시켰다.
경기 민감주인 금융주도 타격을 받으며 JP모간과 모간스탠리가 각각 4.5%, 골드만삭스가 3.9% 떨어졌다. 전날 10% 넘게 급락했던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이날도 5.2%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아마존이 1.7%, 오라클이 3.0% 떨어지는 등 기술주도 약세였다.
시티 인덱스 및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블룸버그에 "미국 증시가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조만간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아직 명백한 경고 신호는 없지만 단기적으로 S&P 500지수가 하락할 수 있는 조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03%포인트 떨어진 4.50%를 나타냈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