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내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가세했다. 연방정부의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머스크는 앞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도 손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 측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충돌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이날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단체 집회에서 중앙은행의 과거에 대해 더 많이 조사해야 한다면서 "연준 이사회를 감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자문기구로 미국 연방정부 지출 삭감 임무를 맡은 정부효율부(DOGE)는 일론 머스크의 지휘 아래 여러 정부 기관의 축소·폐지 및 정리해고에 나섰다. 일각에선 DOGE가 지나친 월권을 행사하며 공직사회의 반트럼프 그룹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한 파월 연준 의장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금리를 낮춰야 한다. 이는 다가올 관세(인상)와 함께 진행될 것"이라고 적었다. 연방 하원의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 개최 직전 게시글인 만큼, 파월 의장을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발언에 대해 "국민들은 연준이 계속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며 경제 상황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것으로 확신해도 된다"고 대답했다. 대통령의 요구는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이달 19일 공개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살펴보면 연준 위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음을 우려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신중론'을 유지했다.
앞서 1기 집권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은 충돌했다. 파월은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준 의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뜻과 달리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자 "(연준이) 미쳤다"고 화를 냈다. 2019년 파월 의장에 대해 "멍청이"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퍼부었다. 그럼에도 파월은 연준의 독립성 확보를 중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을 요구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할 생각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바 있다.
6년이 지나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서 두 사람은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트럼프는 취임 전 선거 공약으로 '파월 해임'을 내걸기도 했다. 이에 파월은 지난해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사임 압력을 받으면 물러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했다. 또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트럼프는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2월 NBC 방송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의 임기(내년 5월까지)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