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2개월여 만에 150엔대 밑으로 붕괴됐다. 일본은행의 조기 금리인상 관측이 강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엔고가 추가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21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49엔대를 가리키고 있다. 일본은행이 견조한 물가 및 경제 성장세를 바탕으로 금리를 인상하리란 전망이 엔화 가치를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이날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대비 3.2%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인 3.1%를 소폭 웃도는 수치로 2023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신선식품을 포함한 종합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4.0%로 집계됐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빠른 물가 상승세로 일본은행의 조기 금리인상 관측을 뒷받침한단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7월 안에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84%로 반영하고 있다. 이달 초 70% 수준에서 크게 오른 수치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기무라 다로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발표된 강력한 수치는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서 안정되고 있다는 일본은행의 확신을 지지한다"면서 "올해 일본은행이 통화완화책을 더 축소할 것이란 우리의 견해와도 일치한다"고 풀이했다.
반면 달러는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이면서 엔화 상승을 부추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산정하는 달러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2% 가까이 떨어졌다. 엔화는 달러를 상대로 같은 기간 4.7% 상승했다.
오스트리아 빈 소재 경제회사 콘베라의 보리스 코바체빅 거시 전략가는 로이터를 통해 "미국 경제 모멘텀이 둔화하고 있어 달러 지지대가 되지 않고 있다"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가격에 반영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옵션 트레이더들은 엔화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외환시장 소식통을 인용해 헤지펀드들이 향후 3~6개월 동안 엔/달러가 140~145엔대를 가리킬 때 수익을 내는 옵션을 매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해외 주식 매수 열풍을 탄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엔 매도·달러 매수 움직임에 엔고 흐름이 저항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엔화가 오르면 일본은행이 조기 금리인상을 단행할 이유가 줄어든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